이종현

AI가 원하는 그림을 능숙하게 그려 내는 이때, 동굴벽화를 그린 원시미술가와 같은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원본의 아우라가 사라지고 복사본과 원본의 구분이 없는 시대, 찍어내는 제품과 작품의 차별이 없는 우리 시대에 여전히 유화 붓은 유효한 도구일까?.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국가의 면허가 필요하지만, 그림은 누구나 그리고 전시할 수 있다. 특별한 라이센스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작품은 대중의 정서를 함양하고 예술적 체험을 증진하며, 문화를 향유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지 못할지라도, 내가 제작하는 ‘그림’이 관객의 정신을 피폐하게 하는 오염물질이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규격화한 제품을 공장에서 찍어내듯 습관적으로 반복적인 작업을 하면, 작가인 나와 대중의 정서를 되레 황폐하게 하는 독극물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피카소나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는 약간의 조소 섞인 일반관객들의 반응을 접하면, 계속 작업을 이어가야 하는 것인가? 하는 앞뒤 없는 회의감이 밀려들 때도 있다. 그러나 여태껏 창작과 교육활동 외에 세속의 잡사에 헛된 탐욕을 부리지 않고 작업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실로 아둔한 도정이었음을 부정할 방도가 없으나, 작업 앞에서 우직하고 정직한 길을 걸었기에 스스로 한심하기도 하고, 자랑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작품을 보는 방법은 작가의 의도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관람객의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그가 작품과 소통할 수 있는가? 여부이다. 작가의 의도를 관람자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중세 기독교 미술이나, 황실이나 귀족 후원자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데 봉사하는 작품도 있지만, 현대미술에서는 작품 자체에서 풍기는 점을 강조한다. 마크 로스코와 같이 숭고미를 강조하는 작품이거나 전문가들의 논란은 있지만, 앤디와홀처럼 생활의 모든 사소한 것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정물화를 본 관람자가 각자 개별적으로 느끼는 소통이거나, 사회적 맥락으로 연결되는 기호적 소통(예: 민중미술이나 위안부 소녀상)을 의도한 작품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중요한 것은 작품 감상은 관객과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교감이 필요하다. 

 가요는 추억을 소환하는 즐거움도 있다. 가사 없는 클래식 교향곡들도 지나치게 해설을 많이 들어서 식상해 질 수도 있지만 들을 때마다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근데 처음 듣는 째즈 음악 같은 경우도 일말의 설명이 없어도 곡이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음악도 있다. 아마 미술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요소들을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꽃 그림은 아무리 잘 그려도 실물의 향기와 느낌을 표현 못 한다. 하지만 실물은 아름다운 시기를 오래가지 못하지만, 작품은 가장 아름다울 때를 오래도록 간직하고 향유하게 한다. 현대미술의 좋은 점은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나는 작품의 해석을 관람객에게 던져주고 싶다. 보는 이의 기분과 감정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는 것이 더 흥미롭기 때문이다.


-   작가노트 중에서

1990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2000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2003 무대디자인 아카데미졸업, 국립 아르코 미술관, 벽제연수원
2008 경성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과 졸업

개인전시회
2019.9.2.~9.30 이종현 18번째 개인전시회, 작업실 오픈전
2018. 10.9~11.9 이종현입체드로잉전, P&O 갤러리, 부산
2018. 10.3 ~7 2018대한민국미술축전 KAFA 국제아트페어, KINTEX 9Hall, 일산
2017.11.16.-11.30 제15회 통영아트페어, 통영시민문화회관 대전시실
2014.8.11.~8.15 제 14회 이종현의 드로잉 전, 부산시청 제2 전시장, 부산
2012.10.12.~10.28 제 13회 개인 전시회, 에쿠스 갤러리 초대, 부산 경마장
2011.11.18.~11.29 제 12회 개인 전시회, Soul art space 초대, 부산
2011.8.6.~8.10 제 11회 개인 부스전,인천 아트페어,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인천
2009.1.9~24 제 10회 개인전 순회전 - US갤러리, 울산
2008.12.27~31 제 10회 개인전 - 경성대학교 미술관, 부산
2008.11.27~12.1 제 9 회 개인 부스전 - 2008 국제아트페어- 부산, 부산BEXCO
2007.3 제8회 개인부스전 - 제7회 현대미술제,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서울
2006.9.9~14 제 7 회 개인 부스전 - 인천문화예술회관, 인천
2006.7.1~14 제 6 회 개인전 - 장 갤러리 개관기념초대전. 부산
2006.3.22~31 제 5 회 개인 부스전 -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02.10.4~17 제 4 회 개인전 - 현 갤러리, 부산
2000.5.2~6 제 3 회 개인전 - 홍익대학교 박물관 - 석사학위 청구전
1998.8.19~25 제 2 회 개인전 - 종로갤러리, 서울
1991.12.18~24 제 1 회 개인전 - 단성갤러리 기획, 서울 2인전
2012.10.23.~10.30 이종현 박지만 2인전
그 외 해외전 및 단체전시회 200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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