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EUI-SEOK

인간 창조의 원형과 미래에 대한 조형적 탐구라는 부제가 붙은 오의석의 <흙 · 사람 · 불>은 태초에 조물주가 천지창조를 할 때 인간의 형상을 흙으로 빚고 입김을 통해 생명을 부여해 주었다는 창세기의 기사를 연상하게 만든다. 이 기독교적 세계관에 의하자면 인간은 흙의 자손이다. 인간은 유한한 생명을 다하면 흙으로 돌아간다.  흙의 무한한 생명력에 비해 불은 문명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인간은 프로메테우스로부터 불을 전해 받음으로써 비로소 진화가 될 수 있었다. 오의석의 작품은 이러한 신화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흙을 빚어 형태를 만들며 그것을 구워내고 있다. 따라서 그의 작품들은 대단히 사색적이고 명상적이다. 그의 작업 행위는 조물주의 창조행위를 추적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작업이 종교적 숭고성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기도하는 장인과 같은 진지함으로 작업하고 있음을 고백함으로써 가치 부재의 시대에 자신의 작업이 어떤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를 자문하고 있다.
 
 최태만, 한국조각의 오늘, p. 333, 한국미술연감사, 1995

오의석의 예술, 계시에서 조형으로의 길 내기
심상용 (미술사학 박사/서울대 교수)

“오늘도 나는 말씀과 형상 사이에 있고, 조각은 그 틈새에서 빚어집니다.”
 -오의석-

오의석의 예술 행보는 무릎 끓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인물 군상으로 함축된다. 탐욕으로 얼룩진 역사에 대한 의식에서 기도하는 인간의 존재적 근간이 마련된다. “전쟁과 기아, 폭력, 낙태, 환경오염 등, 지구는 중병으로 신음한다. 그 안에서 인간들의 삶은 갈수록 소외되고 박탈된 일상으로 얼룩진다. 진실이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상황에서 적어도 한가지만은 분명했다. 처절한 자기성찰에서 시작되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게 그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이성과 합리가 정작 그러한 과업이 요구하는 충분한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 또한 거듭 확인해주었다. 오의석은 자신의 1990년 작 <흙.사람.불-사슬>(38x25x55 cm)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이미, 스스로 끊어낼 수 없는 억압의 사슬이 드리워져 있음을 고백한 바 있다.    
   인간은 자신에 침투해 모세혈관을 흐르는 죄(罪)-오늘날 자주 억압으로 명제화되고 명명되는- 의 굴레를 인식하는 것에 의해 비로소 자신에 대해 알고, 스스로 그 사슬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의 인식에 의해 구원을 갈망하기에 이른다. 바로 그 갈망으로부터 기도하는 인간의 존재론적 당위가 확보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도하는 인간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신에 뿌리내린 인간이라 할 수 있다. 
   기도는 무능력한 인간의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 자신의 해방을 꾀할 수 없음을 인식하지만, 그 무능력은 ‘선택된 비능력(non-puissance)’으로서, 그것은 일반적인 의미의 무능력(im-puissance)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비능력(non-puissance)은 자신이 자신의 억압으로부터 스스로 해방될 수 없음에 대한 인식 안에서 통상적으로 ‘해방’으로 규정되는 일체의 행위를 꾀하지 않으려는 의지적 결단인 것이다. 또한 스스로를 자신과 타자의 해방-또는 해방으로 위장된-을 위한 수단들을 택하는데 있어 일체의 의지적인 적극성을 내려놓는 것으로서 이 비능력이야말로 오의석의 삶과 그의 예술미학이 시종 이정표로 삼아왔던 예수의 인격적 특성이기도 하다. 이것이 오의석의 1999년 작 <20세기의 얼룩진 지구를 회상함>에서 인물군상이 예외 없이 무릎을 꿇은 채인 이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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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평론가 김숙경은 오의석의 인물상에서 “가공되지 않은 조형”을 보았노라 했다. 그 ‘가공되지 않음’은 한편으론 존재에 침투해 있는 억압의 사슬과 다른 한편으론 그 억압의 고리를 끊어낸 예수에 대한 오의석의 성찰에서 기인한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오의석의 예술로 그가 속한 세대가 촉구했던 “세련된 현대성과는 거리를 두는 쪽”을 택하도록 했던 용기의 근간이기도 했을 것이다. 김숙경, 「현대성에 대한 반기」, cat. 《오의석 테라코타 작품전》, 1992.9.1.~9.9. 토-아트 스페이스(서울)/1992.9.15.~9.22. 맥향화랑(대구)
 매체 사용이나 조형적 접근방식에 있어서라면, 오의석은 한껏 개방적이었고 자유로웠다. 철조에서 테라코타를 오갔고, 포토콜라주에 레디메이드 오브제를 매칭시키기도 했다. 늘상은 아니더라도 영역은 환경조각이나 공공조각으로 확장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의 동시대를 휩쓸었던 주류 세속미학에 편승하기를 거부했다. 무릎 꿇지 않은 주체의 기도 없는 미학, 현대미술을 풍미하는 요란스러운 감각적 변주와 해체의 영성을 촉구했던 그것을 오롯이 경계했기 때문이다. 오의석의 조형 미학에 대해서 누락해선 안 될 진실이 바로 이것이다. 조각은 물론 물질적 사건이지만, 그 이면에는 예외 없이 성서의 하나님의 계시가 드리워져 있다. 오의석은 이를 ‘로고시즘(Logos-ism)’ 이라는 개념으로 함축한다. 
   로고시즘, 그것은 그가 시종일관 걸어왔던 길의 이름이다. 마치 존 번연의 『천로역정』에서 크리스천이 그렇게 했던 것처럼. 이 여정은 계시에서 조형으로 난 길을 내는 지난한 시간이요, ”때론 중심을 잃고 흔들렸고 균형을 잡지 못해 좌우로 치닫기도 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오의석의 표현을 따르면,  “말씀과 형상 사이에서, 조각과 함께 지내온 세월”이었다. 오의석, 「말씀(Logos)이 체현된 조각 이미지」, 앞의 cat.
  그리고 결국 그는 그의 흔들림이 없는 소신으로, 그것이 매우 낯설었던 현대조각의 영역에 한 길을 냈고, 이제 그 길은 그의 후학들이, 그리고 우리 모두가 걸어야 할 길과 관련하여 하나의 모델이 되고 있다.  

미술의 회심, 사랑과 나눔의 실천적 조형
조각가 오의석 교수의 손을 거친 오브제 들은 모두 강렬한 메시지를 표방한다. 타자기 , 지구의, 주방기구, 종 등등, 지구촌의 여러 가지 사건들을 담은 사진이 표면에 꼴라쥬된 그의 오브제들은 20세기의 기아와 전쟁, 폭력, 낙태,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극명하게 시사하며 보는 이들의 무뎌진 사회의식 위에 차 가운 물 한줄기를 퍼 붓는다.
지구를 상징하듯 둥글게 꼴라쥬 처리한 보도사진들 위에 병치시킨 수 많은 테라코타 인물군상들,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쥔 기도하는 인물들의 군상이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20세기의 얼룩진 지구를 회상함’ 이라는 제목을 달아 놓았다. 전시장의 한쪽 구석 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있는 십자가, 두 부분이 구겨지듯 굴절되어 있는 십자가는 사람들이 외면하고픈 이 땅의 처연한 삶의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오늘날의 미술이 미술사의 전통과 미술 현장의 상황에 적응하기에 바빠서 마땅히 의식해야 할 역사와 우리네 삶의 현실을 놓치며 지나간다는 것을 직시한다 그러므로 미만을 추구하는 예술이 당도해야할 한계와 작가들의 갈등을 목도하면서 그는 스스로를 얽어맸던 미술의 틀과 거추장스런 굴레로부터 과감히 벗어 나왔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를 가리켜 ‘미술의 회심’이라 지칭한다.
미술의 회심은 그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이 도달한 귀착점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걲는 사람들의 불, 인류의 절망에 너무나 무관하게 동떨어져 있는 미술의 고급한 논리와 안락을 추구하는 기능에 대한 한 작가의 양심 어린 갈등 속에서 나온 대안인 것이다. 그 결과 , 그의 작품들은 ‘사랑과 나눔의 실천적 조형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노수진 기자, 주간 기독교

1978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미술학사)
1984       서울대학교 대학원 조소학과  졸업(미술학석사)
2013       경북대학교 대학원 미술학박사
1993-1994  미국 Calvin College 미술학과 교환교수   
2001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 건축예술학부 연구교수 
2005-6     대구가톨릭대학교 미술대학장, 디자인대학원장 역임 
2012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커미셔너, 경북조각회장 역임 

국내외 개인전 26회
1986 제 1회 개인전 (제3미술관, 서울)
1992 제 2회 개인전 (토 아트스페이스, 서울 / 맥향화랑, 대구)
1994 제 3회 개인전 (프리스비테리안 갤러리, 훠트웨인 인디애나)
1999 제 4회 개인전 (한수경갤러리, 서울)
1999 제 5회 개인전 (동아미술관, 대구 / 갤러리 메사, 부산)
2001 야외 조각과 스케치전 (연변과기대 조각공원, 연길, 중국)
2002 오의석 스케치전 ‘연변의 흙과 바람 속에서’ 
      (아마레 갤러리, 대구가톨릭대학교)
2003 ‘말씀과 형상’ 초대 개인전 (진흥아트홀, 서울)
2005 ‘새순-오의석의 환경조형’(고신대학교 다빈갤러리, 부산)
2006 기념비적 형상(Monumental Image) (갤러리 소헌, 대구)
2007 부흥(Revival) (GNI 갤러리, 대구)
2007 열방의 빛 (제주열방대학 맘스타드전시홀, 제주)
2008 하늘· 땅· 사람- 환경조형 이미지 전(제주 열방대학 FAF, 제주)
2008 제주에서 아체까지(Universtas Syiah Kuala, Banda aceh, Indonesia) 
2009 '로고스아트피아' - 스튜디오 오픈 개인전(예본조형문화원 갤러리, 경산)
2009 불의 흔적- 오의석 로고시즘 조각전(동제미술전시관, 대구, 2009)
2010 조각과 환경 프로젝트 전(스타키갤러리, 서울)
2011 ‘섬 이야기’ 전(인터불고갤러리, 대구)
2012 ‘종들아 울려라’ -오의석 조각과 디지털이미지 展(성안미술관, 제주)
2013 봄뫼 골짜기에서 - 오의석 대지미술 사진 영상 설치전 (인터불고갤러리, 대구) 
2015 접목 - 대지예술 이미지展(인터불고갤러리, 대구) 
2016 흙, 사람, 불 –오의석 테라코타전(양화진책방 전시공간, 서울) 
2016 ‘복음과 형상’ 전(동일교회 갤러리, 대구)
2017 로고시즘(Logos-ism) 조각의 지평(예술의 기쁨, 서울)  
2018 촌村 다움의 미학 - 자연 생태 환경조형 설치전(별빛갤러리, 영천)
2020 임고에 서다 -  오의석 대지예술 프로젝트전 (예본조형문화원, 영천)

기획 초대전 (발췌)
2015       열린국회 설치미술전, 국회의사당 잔디광장, 서울
2013       대한민국 남부국제현대미술제,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12       기초조형학회 국제작품전, 모나쉬대학, 호주 
2011       아트대구 국제아트페어, 대구 EXCO, 대구
2011       KSBDA 국제초대전, Bridgeport University, 미국
2010       일상의 성소전, 대백프라자 갤러리, 대구
2006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개교 60주년전, 서울대학교 미술관, 서울
2006       경북대학교 미술관 개관기념전, 대구
2005       도시환경과 조형예술의 탐색전, 인사갤러리, 서울
2000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광주
1999       한국현대조각의 표상전, 갤러리 우덕, 서울 
1999       I.F.A 미술전, 쿤밍, 중국
1996       VIEW 미술전 기획 출품, 지구촌 갤러리, 서울
1997       대구미술 70년 역사전, 대구예술문화회관, 대구  
1996       한국현대조각 100인전, 춘천 MBC, 춘천  
1994       죤 허슬러, 오의석 조각 2인전, 메사이어대학 갤러리, 펜실베니아, 미국
1993       칼빈대학 교수작품전, 그랜드래피즈, 미시건, 미국
1990       한국조각 90년전, 문화갤러리, 서울
1985       ‘85 청년작가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작품소장 / 공공조각
포항시립미술관, 제주조각공원, 수원올림픽공원, 중국 연변과기대 조각공원, 
그랜드래피즈 아트뮤지엄 , 메사이어대학 미술관, 경북대학교미술관, 
미국칼빈대학 센터아트갤러리,
 가야컨트리클럽(김해), 고신대학교(부산), 대구가톨릭대학교 도서관,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정문), 대전신학대학, 태백연동교회, 
서울방배현대홈타운,대구성서메가타운,
경북개발공사, 현대용산파크타워, 하이패밀리 W-story, 
고신대 의료원 연구동, 대구광역시 교육청           

작가와의 대화

예본조형문화연구소

경상북도 영천시 자양면 성곡리 537